고립은둔청년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입니다. 이 글에서는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찾아가는 상담의 실제 사례를 통해, 제도가 어떻게 청년 한 명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드립니다.
문 밖으로 나서지 않는 청년을 위한 ‘첫 번째 접촉’
고립청년의 가장 큰 특성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담센터가 있어도, 복지서비스가 준비되어 있어도, 그 문을 두드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청년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입니다.
‘찾아가는 상담’은 말 그대로 상담사가 청년이 있는 곳으로 직접 가는 방식입니다. 주로 정신건강복지센터, 청년상담센터, 지자체의 복지팀 등이 주도하여 운영하며, 고립 의심 청년에 대한 제보나 데이터 탐지 등을 기반으로 직접 방문을 시도합니다.
초기에는 직접 대면이 아닌 문 앞 쪽지 남기기, 우편물 발송, 간단한 문자 전송부터 시작합니다. 이후 응답이 있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도시락이나 책, 간식 등을 문 앞에 두고 메모를 남기는 식으로 서서히 접근을 시도합니다.
이런 방식은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청년이 느끼는 압박감이나 경계심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사례에서는, 상담사가 2달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청년의 집 앞에 손편지와 간식을 놓아두었고, 결국 청년이 손편지에 답장을 남기며 첫 연결이 이뤄졌습니다. 이는 이후 상담, 자립지원 프로그램 연계로 이어졌습니다.
마음의 문이 열리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찾아가는 상담’의 진짜 목적은 단순한 행정 연결이 아닙니다. 핵심은 신뢰의 씨앗을 심는 것입니다. 고립청년은 오랜 시간 동안 세상으로부터 단절돼 있었고, 누군가 자신을 신경 써줄 것이라는 기대조차 잃은 상태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누군가가 “당신이 괜찮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은 매우 강력한 메시지가 됩니다.
광주광역시에서 진행된 한 사례에서는, 20대 후반의 고립청년이 3년 넘게 외출하지 않은 채 방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담당 상담사는 매주 같은 시간에 짧은 쪽지와 사탕 하나를 두고 갔고, 8주째 되는 날 드디어 청년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대화가 이어졌고, 현재는 주 1회 지역 커뮤니티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 강요 없는 기다림과 반복된 시도에서 비롯됩니다. 찾아가는 상담은 급하게 무엇을 해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우선 청년의 마음속에 “나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구나”, “세상에 나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구나”라는 감정을 심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관계 기반’ 서비스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는 단순한 정책 집행이 아니라, 복지의 철학을 바꾸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복지는 ‘찾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필요하지만 못 찾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고립청년과 같은 취약계층에 있어 매우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이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 방문 인력이 아니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상담사, 사회복지사, 청년동반자, 심리상담가 등 다양한 전문가가 팀을 이뤄 움직입니다.
또한 지속 가능한 구조를 위해 지자체와 복지기관, 민간기관이 협업하여 방문 주기, 지원 내용, 연계 기관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광주, 부산, 제주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으며, 고립청년 발굴률과 서비스 연계율 모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1인 가구, 장기 미진료자, 수도·전기 미사용 가구 등의 데이터를 활용한 사전 탐지 시스템과 결합되어 점점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고립청년뿐 아니라, 은둔 노인, 정신질환자, 주거 위기 계층 등 다양한 사각지대 대상자들에게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맺음말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는 한 명의 고립청년을 향한 조용한 두드림입니다. 강제하지 않고, 기다리며, 인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시작합니다.
복지제도가 정말 사람을 살릴 수 있으려면, 바로 이런 방식이 필요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서비스 이후 자립에 성공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사례 중심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