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가 길어질수록 모티베이션은 자연스럽게 소진됩니다. 성적보다 감정이 먼저 무너지는 날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특정한 영상이나 글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그 속에서 다짐보다 더 중요한 ‘복구’의 감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공부 다 그만두고 싶었던 날, 우연히 본 인터뷰
한창 수험 공부가 반복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시험은 아직 멀었고, 내가 뭘 위해 하고 있는지조차 흐릿해졌습니다. 그날은 책을 펴기도 싫었습니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영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목은 단순했습니다. “하고 싶은 거 없이도 살아갈 수 있어요.”
영상 속 주인공은 어느 청년 작가였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목표가 없을 때는 그냥 흘러가듯 살아도 괜찮다. 다만 흐르다 보면 어느 날 바닥에 닿기도 하고, 반대로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그 말이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늘 “다시 마음을 다잡자”, “이겨내야 해” 같은 말에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처음으로 흐를 수 있는 자신을 허락했습니다.
불타오르는 의지 대신, 그저 조금 가벼워진 마음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책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무거운 다짐이 아니라 작은 공감이 사람을 일으킨다는 걸 느꼈습니다.
‘당신도 멈췄던 적이 있다’는 글 하나의 힘
이후로도 공부가 벽처럼 느껴질 때마다 저는 특정한 블로그 글을 찾아 읽었습니다. 제목은 이랬습니다. “나는 두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내용은 평범했습니다. 고시를 준비하던 한 수험생이 공부가 싫어졌고, 두 달을 방처럼 숨어 지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그 글의 끝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그 두 달도 결국은 나의 일부였고, 그 속에서도 나는 나를 잃지 않았다.”
사실 그 글은 정보도 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위로 그 자체였습니다. 수험 생활이 힘든 이유는 내가 뒤처지는 것 같다는 불안 때문입니다. 모두가 달리는 중인데 나만 멈춘 느낌. 그 글은 ‘그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람의 언어로 말해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았던 시기조차도 나중에는 다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그것이 저를 다시 돌아오게 했습니다. 동기 부여는 가끔 ‘잘 해보자’보다 ‘괜찮다’라는 한마디에 더 가깝습니다.
동기보다 중요한 건, 나를 기다리는 마음
돌이켜보면 저에게 필요했던 것은 ‘동기’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지친 나를 기다려주는 시선이었습니다.
이런 콘텐츠를 반복해서 보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힘내라는 말보다 멈춰도 괜찮다는 태도, 이겨내라는 말보다 버티는 것도 대단하다는 공감.
이런 것들이 모티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된 자기 회복의 시간이 되어 주었습니다.
공부는 가끔 마라톤보다 더 긴 싸움입니다.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완주가 중요한 싸움입니다. 그리고 완주는 스스로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 더 유리합니다.
오늘도 저는 여전히 흔들리지만, 언젠가 그날의 영상과 글을 다시 떠올리며 조금은 부드럽게 자신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 결론
동기 부여란 언제나 불타오르는 다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쳤을 때 스스로를 조용히 붙잡아주는 메시지가 더 오래 갑니다. 공부를 멈추고 싶었던 그날, 제게 힘이 된 것은 거창한 조언이 아니라, 흘러도 괜찮다는 한 문장이었습니다. 지금 흔들리는 누군가에게도 그 말이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