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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청년의 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단순한 상담이나 일자리 정보 제공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글에서는 고립청년의 일상 회복과 자립을 돕기 위한 ‘자립준비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소개합니다.
고립청년의 자립, 일상 회복부터 시작된다
고립청년이 세상과 다시 연결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거창한 스펙이나 일자리가 아닙니다. 바로 생활 리듬의 회복, 기초적인 자기 관리, 사회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 해소입니다.
그래서 많은 지자체와 청년지원기관들은 고립청년을 위한 ‘자립준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들이 자립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기본기를 하나하나 다시 익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일반적인 취업 프로그램과는 다릅니다. 고립청년의 상태는 심리적 고립과 기능적 위축이 동반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립준비는 생활기술 회복 → 사회적 접촉 확대 → 진로 탐색 → 자립훈련의 순차적 흐름을 따르는 구조로 설계됩니다.
쉽게 말해, ‘매일 일어나는 것부터 연습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청년에게 실패감이나 부담을 주지 않고,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하게 하여 자존감과 동기를 회복시켜주는 데 효과적입니다. 자립이란 ‘혼자 살아남는 법’이 아니라, ‘도움을 받으면서도 나를 관리하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자립준비 프로그램은 어떤 내용을 포함할까?
각 지자체와 기관마다 운영방식은 다르지만, 자립준비 프로그램은 보통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첫째, 생활관리 훈련입니다.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기, 아침 챙겨 먹기, 외출 연습, 방 청소, 개인 위생 관리 등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생활일지 쓰기’, ‘일주일 목표 세우기’ 등을 통해 일상의 구조화를 도와줍니다.
둘째, 사회적 관계 훈련입니다. 말하기 훈련, 타인과 눈 맞추기, 소그룹 활동 참여 등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자신감을 키우는 훈련이 포함됩니다. 자조모임, 영화 감상 모임, 소규모 취미 동아리 운영 등을 통해 서서히 타인과의 접촉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셋째, 자기이해와 진로탐색 프로그램입니다. 간단한 성격검사, 강점 분석, 관심사 탐색 등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킵니다. 이후 진로 워크숍이나 직업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진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넷째, 금전관리·식생활 교육도 포함됩니다. 생활비 예산 짜기, 기초 금융교육, 자취 요리 교실, 건강한 식단 짜기 등 자립 이후 실제로 부딪힐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대응력을 기르는 과정도 운영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고립청년 한 명, 한 명의 상태와 속도에 맞춰 개별화되며, 일부 지자체는 자립준비 과정을 일정 이상 이수한 청년에게 자립지원금이나 단기 체험형 일자리를 연계하여 실질적인 사회 복귀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회복의 단계들
서울, 경기, 대구 등에서 운영된 자립준비 프로그램의 통계를 보면, 프로그램 참여 청년의 절반 이상이 이후 다른 복지서비스나 일경험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A시에서는 자립준비 프로그램 8주 과정 이수 후, 60% 이상의 참여자가 지역 내 사회적 기업에서 단기근로를 경험했으며, 일부는 아르바이트와 파트타임 근무로 생활비 일부를 스스로 감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나는 일할 수 없다”고 단정했던 청년들이, ‘작은 성취의 누적’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입니다.
또한 자립준비 프로그램은 심리상태 개선에도 뚜렷한 효과를 보입니다. 처음에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던 청년이 프로그램 후반부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청년을 격려하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단지 지식이 아니라, 경험 중심의 관계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의 공통된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환경에서,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다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나를 의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처음이었다.”
이 말들은 자립준비 프로그램이 단지 기능적 훈련을 넘어서, 존중받는 경험 자체가 회복의 시작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맺음말
고립청년의 자립은 단시간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립준비 프로그램을 통해 그 출발선에 설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워주는 구조가 지금 고립청년에게 꼭 필요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고립청년과 부모·가족 사이의 대화법, 그리고 가족의 역할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